2019년 1월1일 16일차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제 밤엔 온 동네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어요. 바닷가에서 젊은이들이 폭죽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며칠 전부터 총소리처럼 들립니다.
아침엔 주인가족들이 스님들께 공양드리러 가는 걸 따라가 봤지요. 쌀, 돈, 물, 국, 과자 등등...... 신발 벗고 공양 올리고 쪼그려 앉으면 스님들은 염불을 해 주십니다.
단호박 한 조각 25밧, 옥수수3개 20밧(동네 시장에서는 4개 20밧인데.....) 샀고요, 휴지를 좀 도톰한 것 사고 싶은데 반두시장 가게에는 없네요. 옆방 진나 아빠가 Big C 마트로 식사를 하러 간다기에 따라나서서 휴지랑 카레가루 빵을 사고 고마움으로 진나한테 몇 가지 먹거리를 좀 사 주었어요. (386밧). 내가 좋아하는 스시 1개 10밧인데 100밧에 11개 주어서 사왔는데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오늘 지출이 좀 많네요 ㅎ
왓 훼이쁘라깡(왓 빠캉)이 여기서 5.8킬로미터 1시간13분이라고 구글에 나오길래 걸어가 볼까 했지만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까봐 못 갔어요. 오전엔 구름도 엄청 끼었었거든요.
휴지를 푸짐하게 사다놓아서 마음이 흡족하네요. 참 이상한 버릇이다 싶어요. 내가 생각해도......
아직도 가끔 폭죽 소리가 들리네요. 여기는 마음 좋은 사람들인지 배려심이 없는지 한번 들릴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나는 여기서 이방인이지요.
오늘 가장 큰 일은 금강경탑다라니를 다 쓴 것입니다. 태국에서 썼다는 것과 작은 발원문도 적어 넣었습니다. 올해는 불기 2563년이네요. 새해 첫날에 완성한 것도 참 의미있다고 잠시 생각했네요. 가져 온 것 한 장 더 써야하는데 팔꿈치터널증후군 때문에 무리하면 안 되거든요. 천천히 해야죠뭐......
토마토 끓여서 갈아놓고, 단호박도 삶아서 죽을 만듭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나의 하루하루랍니다. 망고 한 개 먹고, 파파야 몇 조각 먹고, 옥수수도 먹고, 토마토 쥬스 한컵 먹고, 호박죽 먹고,커피 한잔 내려 먹고.....오늘은 식빵도 한조각 먹고 스시도 11개 먹고 ㅋㅋ. 살이 포동하게 쪄서 갈 것 같군요.
스님들께 드릴 쥔댁의 공양물이에요.
1.2. 17일차
아침 하늘을 쳐다보니, 날씨가 괜찮을 것 같아서 왓 훼이쁘라캉에 걸어가 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테 연락하니 점심 준비해서 9시 30에 가자고 해요. 40분쯤 출발해서 걸어가는데 구글지도가 잘 가르치지 못합니다. 도로에 나오니 사람들이 가르쳐주는 길은 큰 도로 길입니다. 30분쯤 걷다가 차 한 대를 세워보니 저 앞쯤 가다가 세워줍니다. 둘이 "신나라"하고 올라타고 목적지까지 갔어요. 감사의 뜻으로 100밧을 주었습니다. 몸집이 엄청 큰 드라이버가 무표정한 얼굴로 받았습니다. 좀 의아해 하는 모습이었지만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어요. 좋은 건지 싫은 건지......그래도 우리는 감사하다고 인사했지요.
2001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7년에 완공한 거대한 관세음보살상입니다. 내부로
25층까지는 40밧짜리 티켓을 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올라가고 나머지 한 층(26층)은 계단으로 걸어갑니다. 외부도 내부도 새하얀 백색 조형물이 가득합니다. 푸른하늘엔 하얀 구름이 너무나 아름답고 불상과 어울려 오늘 하늘은 저절로 감탄이 나오게 합니다. 팔각9층 탑모양의 건물도 관음전이었습니다. 나무로 조각한 커다란 관세음보살 뒤에는 “나무대자대비관세음보살” 이라고 써있는 황금 빛 휘장이 드리워 있는 모습은 매우 친근해보였습니다. 그 위층은 부처님, 또 그 위에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님, 그 위층은 이 나라의 큰 스님인 듯한 분의 조각을 모셨어요. 그 위는 포대화상, 그 위엔 비로자나불의 수인을 한 부처님을 모셔 놓았네요. 중간에 위치한 하얀 성전 건물은 아주 가냘프고 하얗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부처님을 주불로 하고 벽에는 부처님의 탄생과 팔상도 부조가 흰색으로 가득합니다.
주차장 옆에서는 무료 공양간이 있었어요. 납작한 쌀국수와 배추나물, 두부와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끓인 국물과 각종 양념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 많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공양을 베풉니다. 설거지는 셀프입니다. 계단 오르고 걷기 어려운 사람들을 태워 다니는 분홍색 셔틀도 깨끗한 화장실도 무료입니다. 사찰에서 신도들에게 베푸는 것이 많군요. 법당에 생수병을 잔뜩 가져다 두고 집어가게 한 곳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시주한 것일까요? 우리도 이런 점은 배웠으면 좋겠어요. 받기만 하는 절보다는 베푸는 절집이기를......돌아오는 길을 걱정했는데 우리 숙소 한참 위 쪽 산 중턱에서 prai 리조트를 하는 분을 만나 그 분 리조트도 구경하고 온천까지 다시 태워다 주었습니다.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은 되었지만 두사람이니까요. 저녁은 쥔댁네 카페 “더하”에서 닭고기 스테이크를 100밧에 먹었어요. $$는 ‘프래’와 ‘난’ 여행을 안 가겠다고 하네요. 혼자 가야죠......다음 주에 가볼까 생각하지요.
왓훼이쁘라깡에 도착하면 이렇게 세 건물들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어디서 바라봐도 아름답습니다.
하얀 관세음보살님이 파란 하늘과 멋지게 어울립니다.
이렇게 많은 향들 사이에 작은 향 하나 꽂아 봅니다.
8각탑 모양의 불전은 걸어서 올라갈 수 있고 층마다 모셔진 성물들이 다릅니다.
7층쯤에서 바라보면 관음보살님이 이렇게 도렷이 가깝게 보입니다.
여기도 금박 붙이는 곳이 있네요. 금을 붙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부처님 몸도 아닌데, 여기 저기 금박을 시주하고 있어요.
중간에 있는 흰색 불전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모셔진 부처님도 빛이 나고요.
벽면에는 부처님의 생애가 부조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마야부인이 코끼리 꿈을 꾸지요. 친정으로 가던 마야부인은 룸비니동산에서 보리수나무 가지를 잡고 옆구리로 아기를 낳습니다.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일곱걸음을 걸으시고"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다지요.
인간의 생노병사를 고민하다가 왕좌를 버리고 출가를 하십니다. 마침내 도를 이루고 부처가 되십니다.
열반에 드셨습니다. 제자들이 슬퍼하는 모습도 표현해 놓았네요.
무료 공양간입니다. 누구나 가서 맛있게 먹어 주면 되는 곳이지요.
퐁빠밧에서 한찬 더 들어가서 산 중턱에 있는 리조트입니다. 별로 부럽지 않았어요. 내가 살기엔 불편한 것이 많을 듯합니다.
1.3. 18일차
이불을 햇볕에 말리러 나갔다가 3층 제일 첫 방에 사는 사람들과 인사를 했어요. 여성은 이름이 “오잉”인데 도이뚱이 고향이고, 남성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1년 비자를 받아 온 “가네꼬상”입니다. 내가 일본말 인사를 건네자 아주 반가워하고, 시코쿠 헨로를 했다고 하니 더욱 좋아라합니다. 더구나 “김”이라는 내 이름을 듣고는 자기네 오래오래 선조가 “김”이라고 하며 악수를 청하는 걸 보니 한국인 후손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시내에서 열리고 있는 꽃축제를 간다고 하기에 따라나섰지요. 먼저 오리고기쌀국수를 하는 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가네꼬상이 돈을 지불하네요. 검은 색 카라꽃은 처음 봤어요. 꽃구경을 실컷하고 오잉의 친구가 하는 미용실에 가서 그녀는 머리를 만지고 나는 잠시 쉬었지요. 돌아오는 길에 반두시장에 들렀어요. 가네꼬상도 망고가 제일 좋아한다기에 감사한 마음에 1킬로 사주고, 내 것도 사고, 호박, 패션플릇, 파파야를 샀네요. 밀다랑 늦게 온천에 가서 발을 담그고 저녁놀을 바라보며 연못가를 걷다가 돌아왔어요. 요즘 활동량에 비하여 에너지를 너무 많이 섭취한다는 생각에 오늘 저녁은 파파야만 몇 조각 먹었네요. 금강경 탑다라니 한 편을 또 시작했는데 이제 제5분까지 썼어요. 쉬엄쉬엄 내 시간을 잘 활용해 볼 생각입니다. 나는 이런 내가 참 좋군요. 올 한 해도 잘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뽕빠밧 연못가에서 바라보는 저녁놀도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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