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시코쿠 순례 - 가을 8 (84~88 結願)

15일째

우탕구라에서 아침 식사 6시, 08:36 다카마츠역에서 고토덴역으로 걸어와서 고토덴 1230짜리 1일패스를 샀습니다. 고토텐 야시마역에서 내려 09:45 100엔짜리 셔틀버스(등산버스)를 10분 정도 타고 아주 넓은 야시마지 주차장에 내렸습니다. 84번 야시마지(屋島寺)에는 시코쿠 너구리의 총대장인 다사부로(太三郎)가 있고 아주 귀여운 너구리 형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11:05 셔틀버스 타고 내려와서 다시 열차타고 야쿠리지역에서 내려 2km 걷고 등산열차를 탑니다. 여권을 보여주면 왕복 460엔입니다. 등산열차에서 내려 살짝 내리막길을 걸어 12:05 야쿠리지(八栗寺)에 도착했어요. 젠츠지역에서 기차표를 사주셨던 분을 만났습니다. 반가웠지만 드릴 것이 적당하지 않네요.

 납경하고 나오다가 요꼬가와님과 함께 등산열차를 탔어요. 주차장에서 그 분의 차를 타게 되었네요. 일본에서는 내가 분명한 외국사람이고 할머니급 여성이고 더구나 혼자 다니니까 그들은 나를 지켜주어야할 것 같겠지요, 어쨌든 요꼬카와상 덕택에 88까지 씽~~~결원할 수 있었네요.

12:50 86번 시도지(志度寺)는 정원이 숲 속같이 나무와 꽃들이 잔뜩입니다. 납경 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젠콘야도 숙박티켓을 누구에겐가 기부하겠다고 내밀었더니 잘 생긴 스님이 깜짝 놀라시며 반가워하십니다. 그리고는 요꼬카와상에게 외국인을 위한 헨로코야를 만드는 데 기부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는 작은 타올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반가움을 뒤로 하고 시도지를 떠났습니다.

 87번 나가오지(長尾寺)는 13:40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술술 다녀도 언젠가 다시 다카마츠에 오면 여행삼아 이곳들을 둘러 볼 것입니다. 숙소를 찾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 88번까지 가자고 합니다.

드디어 14:10 88번 오쿠보지(大窪寺)에 도착했습니다.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그곳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1번 료젠지처럼 북적거렸어요. 한자이름과 2000엔을 납경소에 내고 결원증명서를 받습니다. 요꼬카와상도 즐거운 표정으로 결원증명서를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두 아이 아빠이고 다카마츠공항에 근무하는 30대 젊은이가 휴가에서 일정을 빼내어 88개 영장과 별격20곳을 다 순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차를 가지고 하는 순례라고 해도 1200년전 그 시대와 지금은 삶의 모양이 다르니까요.

 아주 좁고 비탈진 산길을 50분정도 요리조리 달려서 별격20번 大瀧寺에 갔습니다. 요꼬가와상은 오늘 별격 순례도 결원입니다. 그는 나한테도 1200년 별격 순례 기념 오스카타 같은 것을 한 장 주네요. 나는 염주알을 하나 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봄에 쇼짱을 따라  3, 4,, 5별격에 갈때마다 하나씩 사 모을 것을......

이제 그만 얼른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집니다. 다카마츠공항에 내려주었지만 비행기가 마땅하지 않습니다. 시도지 부주지스님에게 받은 타올을 그에게 주었습니다. 고마운 청년입니다.

내일 11시 55분 진에어 오사카발 인천행을 87500원에 예매하고 다카마츠 시내 리가호텔제스트다카마츠로 왔습니다.(7800엔) 어두워진 거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요. 내일 아침 5시, 다카마츠에서 오사카까지는 직통버스를 타고 4시간 정도 가야합니다.

아~~~ 나는 내일 집으로 돌아갑니다. 예정보다는 일주일 정도 빨리 끝났습니다. 이 길에서 나는 그 귀한 비단 오사메후다를 두 장이나 받았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억하려해도 너무 많아서 다 떠올릴 수 없네요. 내 삶에서 참 색다른 시간들이 흘러갔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끝낼 때 나와함께 갈 소중한 물건이 생긴 것이지요. 그 외엔 아무 것도 없어도 괜찮아요. 나는 다시 몇몇 곳을 둘러보러 갈 것입니다. 여행이든 순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