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섬 시코쿠

19. 시코쿠 순례 - 가을 7(71~83)

연꽃마을 2018. 12. 2. 21:14

13일째

호지카와료칸에서 아침을 먹고 TAKASE역에서 07:09 기차를 5분정도(한 정거장) 타고 みの역에 내렸습니다(160). 오늘 목표는 71번에서 75번까지입니다. みの역에서 71번 이야다니지(弥谷寺미곡사彌谷寺)까지는 4km입니다. 씩씩하게 걸어 07:57 산 아래 입구에 도착했는데 오르막 숲길 양 옆에는 88영장 각 사찰에서 모시고 있는 부처님들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아~~~계단, 계단, 또 계단 540개의 계단이 기다립니다. 09:07 인왕문에 도착했어요. 사자입 같이 생긴 본당을 보고 대사당에 신발 벗고 들어가 삼배를 올립니다. 일본 절들은 들어 갈 수 있게 문을 열어 놓은 곳도 별로 없고요. 엎드려 절을 할 수 있는 곳은 더더욱 귀합니다. 엎드려 삼배하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따스합니다.

여러 가지 헨로 미찌 표시들입니다.

 09:01 내려오는 길 중턱 쯤에서 72번으로 가는 헨로미찌 표시를 따라갑니다. 꼬불꼬불 꽤 깊은 인적없는 산길인데도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방금 귤밭에서 딴 귤을 할머니가 오셋타이로 주십니다. 귤맛이 아니라 꿀맛이네요. 4.5km 걸어 72번 만다라지(曼茶羅寺)10:35 도착했습니다. 죽지 않는다던 만다라지 노송은 오래전에 소나무 병충해를 못 이기고 죽고 없었습니다. 불로장생이 어디있을까요?

 

 

72번 만다라지로 가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어느 오래된 비석 옆에 대나무 삿갓이 다 삭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분은 정말 오헨로상이었을까요?

순례하다 죽은 시신을 이 삿갓으로 가려 놓은 것일까요? 어쩐지 경건한 마음이 생깁니다.

돌아가신 분에게 바친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헨로 휴식소도 보입니다.

돌에 새겨진 손가락은 만다라지 방향과 이야다니지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요.

72번 만다라지입니다

대사가 창건기념으로 심었다는 불로송은 16년전 (올해 평성 30년)에 죽었군요.

 

 

 

 

만다라지 담밖에 있는 접대소에서는 차를 대접해 줍니다. 우동 주는 날도 있다네요.

 

 73번 슛샤카지(出釋迦寺)500미터 거리입니다. 7살 때 원을 세우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코우보대사를 관음보살이 받아내었다고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1:23 슛샤카지를 출발합니다. 가끔씩은 집 앞에 농산물을 무인 판매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100엔에 귤 한봉지 사들고 까먹으면서 걷습니다. 오늘 점심은 노란 귤입니다.

 3km를 걸어서 74번 코우야마지(甲山寺)12:11 도착했습니다.

 

 

 

 

 

 

 

 

 

 

 

 

 

 

 

 

 

 

 

14:15 드디어 코우보대사의 탄생지인 젠츠지에 들어갔습니다. 본당보다 대사당이 더 번듯해 보입니다. 삼배를 올리는 나를 대견한 듯 바라봅니다. 학생들이 차를 나누어주는 봉사를 하고 있네요. 외국인들에게는 태블릿을 들고 번역기에 의지하여 질문을 합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어디가 좋은 가요?” 몇 마디 한국말도 할 줄 아는 소녀는 아주 반가워합니다. 학생들과 사진 한 컷 안 찍을 수 있나요? 엄청 넓은 절 부지는 코우보대사의 조상님들이 기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도 많아요. 단체 순례객들이 중앙통로와 왼쪽 통로에 나누어 한 줄로 나란히 서있다가 신호에 맞추어 앞으로 걸어가서 두줄로 합하여져 걸어가는 행동을 하는데 무슨 의미의 세레모니인지 알 수가 없지만 어른들도 아주 즐거워하면서 매스게임하듯이 줄을 딱딱 맞추어 걸어갑니다. 이들의 질서 의식이란......

 

 

 

 

 

 

 

 

 

 

 

 

 

 

 

 

 

 

 

 

 

 

 

 

 

 

 

 

 

 

 

 

 

 

 

14일째

젠츠지 아침 세레모니는 열명 넘는 스님들과 헨로상들과 함께 했어요. 하쿠이를 입고 와게사를 걸고, 염주를 가지고 예불에 참석합니다. 작은 종을 살살 치면서 스님들이 한 줄로 서서 입장한 후, 주지스님은 대중을 마주보며 앉으시면 뒤편 양쪽으로 스님들이 무릎을 살짝살짝 두 번씩 구부렸다 펴는 행동으로 서로 마주보고 예의를 차린뒤 차례차례 앉으십니다.

반야심경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경전을 다같이 읽고, 법문을 듣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엄숙하고 진지했어요. 예불이 끝난 후 헨로상들은 지하에 있는 가이단메루기(戒壇巡禮)를 체험했지요. 캄캄해서 손으로 양쪽 벽을 더듬어야했어요. 악행이 있는 사람을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다고 합니다^^

 

 

아침공양 후 1.5km 걸어 젠츠지역에서 07:45 기차로 콘조지(金倉寺)역으로 가려합니다. 츠쿠보에서부터 함께 걸었던 헨로상은 고쿠분지로 간다고하면서 160엔짜리 내 티켓도 구매해 줍니다. 100엔 두개를 드리려다 고개를 저으시기에 웃으며 고맙게 받았습니다. 물이라고 사드릴 걸, 기차가 빨리 와서 그것도 못했습니다. 金藏寺驛에서 500미터인 76번 콘조지에 08:08 도착하였습니다. 금박지를 다닥다닥 붙인 조각상이 있는데 미얀마에서 그런 금박지를 사서 붙여보았던 기억이 났어요.

 

 

 

 

 

 

77번 도류지(道隆寺)까지는 프랑스에서온 제인과 함께 4.5 km 걸었습니다.

그녀는 오사카에서 일본어 연수도 받았다고 합니다. 영어로된 가이드북이 세밀하고 더 좋아보였어요.

 

 

 

 

 

다음은 1km 걸어 다도츠(多度津)역에 가서 09:50 기차를 타고 우다츠(宇多津)(320)에서 내려 1.5km를 걷고 10:30 78번 고쇼지(鄕照寺) 산문에 들어섰습니다. 길을 잃을까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저씨가 그 자전거를 끌고 한참을 같이 걸어 주고 돌아가십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저렇게 친절을 베풀어 본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요?

 

 

 

 

 

 

 

 납경을 하고 마을로 내려와 약 300거리의 우탕구리에 갔습니다. 두 분이 계십니다. 배낭에서 짐을 막 꺼내서 덜어 놓고 만들어가지고 갔던 모자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우다츠역으로 가서 기차를 탈까 하다가 그냥 6km를 걸어야지 마음 먹었습니다. 길가에서 제법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우동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는데(360) 우동은 괜찮았지만 튀김이 별로였습니다. 상점가 가운데 길도 지나고 12:55 텐노지(天皇寺)에 닿았습니다. 텐노지 옆에는 절보다 더 큰 신사가 있습니다. 납경소도 한쪽 구석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정원은 멋집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 중앙에 맨드라미가 피어 있습니다. 집주인은 그 꽃을 사랑하여 비켜다니면서도 이 꽃을 잘 키우고 있네요.

 

 

오래된 우체통도 정겹기만합니다.

 

 

 

큰 상점가 중앙을 지나갑니다.

 

 

 

 

 

주차장을 찾고 있는 하라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분이 차를 태워주셨습니다.

13:30  80번 고쿠분지(國分寺), 오래된 건물과 보물같은 종각과...... 나는 이런 사찰이 참 마음에 듭니다.

 

 

 14:19, 81번 시로미네지(白峯寺), 높은 산 위에 있어서 단풍이 물들었군요.

내 걷기 실력으로는 이곳만해도 하루 코스일 것 같습니다. 관절을 아껴야하는 나로서는 참 고마운 일입니다.

 

  14:49 82번 네고로지(根香寺) 입구에는 인간을 잡아먹었다는 우귀(牛鬼) 형상이 숲속에 세워져 있네요. 산문에는 다 낡은 큰 짚신 와라지가 걸려있습니다. 본당을 들어가고 나오는 자 모양의 통로에는 어두컴컴한데 빨간색 벽등이 길게 달려 있었다.

  15:45 이치노미야지(一宮寺)는 시내에 있었기에 납경 후 이치노미야역에서 그 분과 헤어졌습니다. 나는우탕구라로 돌아와야하기 때문입니다. 하라상은 자기 오사메후다와 봉투에 들어있는 비단오사메후다 하나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치노미야역은 고토덴선이기 때문에 다카마츠칫코역까지 와서 JR선으로 갈아타야하는 복잡함도 다도츠까지 온다는 학생이 잘 도와 주었습니다. 고토텐선의 시발역인 다카마츠칫코에 와서 500미터 정도 걸어면 JR다카마츠역, 우다츠에는 17시쯤 도착했지요. 아침도 주고, 우메보시를 콕 박은 점심 오니기리도 두 개나 주시는데 1000엔 받으신답니다.

 그러나 화장실이 불편하여 나에게는 힘드네요. 푸른바람님과 코난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낙원에 가서 오랜만에 고기를 구워 정다운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