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섬 시코쿠

15. 시코쿠 순례 - 가을 3(46~56)

연꽃마을 2018. 11. 30. 21:49

5일째

아침이 되면 다시 새 날이 밝아옵니다. 날씨가 좋군요

오늘 46번 죠류이지(淨瑠璃寺)로 가야합니다. 마츠야마시에끼 도베(tobe)방향 버스를 타고 모리마츠(森松)에서 하차, 베이커리 샵 mignon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 봤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니까요. 엄마와 딸 같은 파티쉐가 나와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더니 남편분이 자기네 집이 죠류이지 부근인데 재료를 가지러 갈 일이 있으니 함께 가자며 산문까지 태워주시네요. 6.5km 거리를 이렇게 또 날았답니다. 조용한 정원 속의 사찰이었어요.

 

 

 47번 야사카지(八坂寺)까지는 겨우 1km입니다. 신나게 걸어갑니다. 걸을 때만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여러 가지 헨로 미찌 표시들도 보고 꽃도 보고 들판과 하늘도 즐기며 걷습니다.

지하에는 만불전이 있고요. 지옥의 길과 극락의 길이 있습니다.

 48번 샤이린지(西林寺)4.5km만 걸으면 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더 편리할 것 같군요. 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은 별로 매력이 없어요. 그래도 길가에 편의점에 들어가 빵도 먹고 김밥도 먹고 느긋하게 쉬고 다시 강을 건너는 큰 다리를 지나 샤이린지 입구가 보일 때 가슴이 벅차 오르지요. 또 하나의 목적지를 찾아냈다는 기쁨입니다.

  49, 50, 51은 지난 봄에 들렀었기 때문에 마츠야마로 돌아 가려고 高井局前(절에서 500m 정도)에서 버스를 타고 구메역(久米) 앞에서 내려 기차로 갈아타고 마츠야마시역으로 왔습니다(210). 시내전차를 타고 JR마츠야마역까지 돌아와서 비즈니스호텔 스미야에 맡겨둔 배낭을 찾아서 다시 도고온천행 시내전차를 타고 봇짱열차가 있는 도고온천에 와서 온천거리를 즐기고 일본 3대 온천인 도고온천을 실컷 즐겼습니다. 시계탑을 등지고 서서 좌측 산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빨간 도리이가 보이는 신사의 가파른 계단 옆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서 테니스장을 부근에 마츠야마youthhostel이 있어요. 2, 저녁식사 1, 아침식사 29072엔입니다.

 

 3층에 있는 넓은 방에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제법 근사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냅니다.

 

 

 

 

 

 

 

 

 

6일째

일요일입니다. 52번 다이산지(太山寺)부터 시작입니다.

07:36도고온천 앞에서 시내전차를 타고 마츠야마시에끼로 왔습니다. 전차는 160엔입니다.

08:01 면허센터 행(62) 버스 표찰을 보고 얼른 올라탔습니다.(대중교통 이용 순례안내책자에는 三津驛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버스를 타도록 되어 있지만, 관광안내센터에서 주는 유인물에는 버스를 타고 가면 사찰 입구 가까운 곳에서 내릴 수 있도록 안내되어있습니다) 운전 기사님께 미리 말해 두었기 때문에 친절하게도 잘 알려 주십니다. 38분 정도 달린 후에 (410)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고 동네 안길을 살금살금 걸어가면 08:50 큰 산문이 보입니다. 다이산지의 본당은 국보입니다. 종각도 아주 멋집니다. . 흰천에 묵서를 하는 것이 어려운지 할머니가 남자 어른을 불러와서 주인과 묵서를 해 주었어요. 고맙군요.

한 시간 정도 살펴보고 주차장까지 걸어왔는데 문득 쯔에를 두고왔다는 것을 알았지요. 막 돌아서는데 납경소에 있던 젊은 여성이 내 쯔에를 들고 뒤쫓아와서 전해 줍니다. 꾸벅꾸벅 아리가도고자이마스를 연발하고 받았습니다.

 

10:10 2.5km를 걸어 53번 엔묘지(圓明寺)에 왔습니다.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인데, 인도가 없고 자동차를 비켜가며 걷는 길은 싫고 피곤하지요. 프랑스 아가씨와 함께 걷다가 김밥이랑 물, 빵을 사서 먹으면서 걷기도 합니다. 앉아서 먹을 곳이 없기 때문에 그냥 길거리를 걸으면서 먹지요. 일본 사람들은 거리에서 무엇인가를 먹는 걸 본 적이 없지만 이곳에서 나는 외국인이니까요. 엔묘지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역시 단정합니다. 엔묘지 주차장에서 또다시 좋은 분을 만나 작은 트럭에 얹혀가게 되었습니다. 

자동 벼 찧는 기계입니다. 들판에 설치되어 있어요.

53에서 54까지 35km이고, 이마바리역(今治驛)에서도 4km를 걸어야하기 때문에 너~~무 행운이 뻗친 것입니다. 더구나 나는 오늘 마츠야마로 돌아가서 내일 후배를 만나야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갔다가 돌아가야할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차! 어쩐다? 54번 엔메이지(延命寺)거의 왔을 때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쯔에, 내 쯔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입으셨던 그 옷감과 같은 천으로 모자를 만들어 씌우고 어머니와 함께 이 좋은 길을 왔다는 생각으로 손잡고 걸었던 내 쯔에를 53번에 두고 온 것입니다. 미즈야 옆에 손을 씻고 그 자리에 두고 온 것이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츠야마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53엔묘지에 들러서 찾아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엔묘지가 JR和氣驛에서 500미터 정도이니까 많이 걷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에 살짝 안심하기도 했지만,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지요.

 11:34 엔메이지에 도착해서 납경을 받고 유꼬라는 분에게 되고말고 일본어로 말했습니다. 이름을 썼느냐고 묻기에 한자, 영어, 일본어, 한글로 다 써 놓았다고  이름을 써 보여주기도 하고, 쯔에를 짚고 찍은 사진도 보여 주었습니다. 53번 납경소에 전화를 걸어 그곳에 내 쯔에가 있음을 확인한 다음 내일 저녁에 58번 센유지에 머물 것이므로 자동차로 순례하는 분(구르마 헨로상)이 있다면 센유지 납경소에 맡겨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어요.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네요. 유코는 자기 전화번호와 이름을 써 주었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태워주신 분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어요.

 55번 난코우보(南光坊)까지는 4km입니다. 왜 이곳은 라고 하지않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야마즈미심사를 관리하는 스님들이 머무는 승방 중의 하나가 난코우보 였대요. 넓고 크고 별 감흥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노모를 모시고 온 어른 남매를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깨끗한 새 하쿠이를 입으셨는데 법당까지 걸어가시지도 못하고 벤치에 앉아서 본당 쪽만 바라보고 합장을 하십니다. 그 사이에 딸처럼 보이는 이가 초와 향을 올리고, 아들로 보이는 분은 납경을 받으러 갔습니다. 얼마나 오시고 싶었으면 저런 老軀를 이끌고 오셨을까요? 아마 이들은 어머님의 壽衣를 마련해 드리기 위한 나들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납경하시는 분이 나의 하얀 천에 묵서는 안 해 주고 주인만 찍어 줍니다. 아무려면 어떤가요? 처음엔 서운했지만 그또한 나의 인연이니까요. 그리고 一期一會라고 쓴 엽서를 선물로 주십니다. 무슨 의미냐고 물어 봤는데 설명은 해 주시네요 ㅠㅠ

 “일생의 단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 오늘 또한 그러하겠지요.

56번 타이산지(泰山寺)까지는 3km 버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걷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사찰의 정문을 나와 오른쪽 담장을 끼고 걸어갑니다. 해님을 안고 걷는 것은 뜨겁기도 하지만 눈이 부시네요. 길을 물어보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맛스꾸 맛스꾸 ~~~~~” 타이산지는 이름만으로 큰 산 속에 있을 것 같지만 도로변에 있었고 한 무리의 단체 순례개도 만났습니다.

왕복 6km를 걷고 이마바리역에서 16:07 마츠야마로 돌아가는 보통열차를 탔습니다. 모자끈과 바늘을 사고(324) 먹거리를 사고(520), 도고온천에 들렀다가(410) 마츠야마에서 유명한 귤도 한봉지 사 들고(347) 내일 공항으로 갈 리무진버스 시간표도 알아놓고 유스호스텔에 왔습니다. 이곳은 숙박 3456, 조식540, 석식 1080엔입니다. 가성비는 좋아요. 식사의 종류는 거의 매일 비슷한 것 같았어요.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 꼭 내 쯔에를 만나야할텐데~~~~'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