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에 가면

쉰세대 아줌마 배낭메고 라오스가다4

연꽃마을 2011. 4. 21. 11:45

 

아홉째날 (1월4일)

짐을 챙겨 놓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삐걱대는 나무다리를 건너 강가 마을도 돌아보았다. 방비엥에선 ‘아무것도 안하고 어정거리기’라고 했는데 너무 바쁘게 보낸 게 아쉽다. 툭툭을 한대 빌려 타고 모두 짐을 챙겨 패밀리로 갔다.

미니밴이 아니고 남부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다행이다. 어제 손님이 다 차지 않아서 못 떠난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오늘도 이 버스가 다 채워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하게도 하나둘 모여 들더니 10시 30분쯤 출발했다. 멀미날까 싶어 새벽에 키미테를 붙인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나라 중고 버스인데 작은 언덕을 오르는 데도 엔진이 낡아 몹시 힘들어했다.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가 3시간 30분쯤 걸려 비엔티엔 북부터미널에 도착했다. 함께 온 권사장님 친구분이 다른 손님들을 안내해 주었다. 여학생 하나는 그냥 먼저 방콕으로 떠나겠다고 했다. 역시 똑똑하고 판단력이 빠르다. 나도 혼자 떨어질까 싶어 독참파 이층 투투 도미토리를 들여다보았다.

저녁엔 라오스에서 일하는 분(권사장님 친구분의 친구분) 을 만나 야시장에서 저녁을 사주셨다. 빠뚜싸이는 불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1시가 넘을 때까지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열째 날(1월 5일)

지난 밤 모기에 물릴까 두려워 잠을 설쳤다.

아침엔 내가 가지고 간 된장으로 이것저것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오랜 만에 맛있게 밥을 먹었다. 짐을 챙겨 1박에 40000낍짜리 도미토리로 옮겼다. 2층 침대 밖에 없었는데 우리나라 남학생이 양보해 주어 아래층을 맡았다. 그들의 다음 여행지를 내가 지나온 곳이기에 안내해 주었다. 월남쌈밥을 먹으러 갔다. 넴느엥 이라고 불리는 이 음식점은 아주 유명하여 손님이 많았다. 1인분에 17000낍.

 

왓씨싸켓 을 보았다. 입장료 10000낍, 6800개의 불상이 있는 곳, 너무 너무 좋은 사원이었다. 옛날엔 군주들이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곳이고 지금도 국가 관리들이 신년하례회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왓 호파케우 에 갔다. 역시 입장료 10000낍이다. 악행을 금지하는 불상, 비를 부르는 불상, 파방의 모조품들을 보았다. 불상들의 자태가 아름답고 섬세했다. 부처들의 모습을 설명하는 책자를 법당 안에서 팔고 있었다.

햇볕은 뜨겁고 빠뚜싸이까지는 퍽 멀었다. 밤불빛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시멘트로 지어 올린 라오스의 독립문 빠뚜싸이, 내부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데 3000낍씩 받았다. 내부엔 온통 기념품을 파는 곳이었다.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비엔티엔 거리가 모두 시야에 들어왔다. 툭툭을 타고 탈랏사오에 갔으나 이미 4시가 넘어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머풀러 하나 사서 다시 시내로 들어왔다. champa spa에서 1인당 65000낍 씩이나 주고 며칠동안 혹사한 발과 카약킹으로 뭉친 어깨를 맛사지로 풀어 주었다. 한국 돈으로는 얼마 안 되지만 이곳 돈으로는 비싼 값이다. 남푸커피에서 까오삐약(쌀국수)를 먹었다. 맛이 괜찮았다.

내일은 버스를 타고 부다파크(씨앙쿠안)을 볼 것이다. 도미토리는 생각보다 편하고 좋다. 루앙프라방에서도 이랬더라면 숙박비를 40불은 아꼈을 것을 ......후회가 되었다.

 

 

 

열하루째 날(1월6일)

도미토리를 나서는데 옆 침대에 있던 사람이 쌀국수 맛있게 하는 집을 안내한다고 했다. 쌀국수도 가느다란 면과 굵은 면이 있었다. 넓고 긁은 면으로 쇠고기 편육을 넣어 먹었다. 12000낍. 툭툭을 타고 탈랏사오 터미널에 가서 안내 책자대로 14번 버스를 탔다. 어디에서 내려 달라고 해야할지 버스에 앉고 보니 걱정이 밀려온다. 거의 50분쯤 지나니 사람들이 여권을 가지고 내린다. 여기가 국경을 건너는 수속을 하고 태국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는 곳인가보다. 한사람은 내리라고 하는데 버스 기사는 그냥타고 가라고 한다. 프랑스인 부부도 부다파크로 간다고 하기에 불안감을 떨치고 앉아 있었다. 우정의 다리 쪽으로 달려 부다파크(씨앙쿠안)에 도착했다. 모두 시멘트로 만든 조각품들인데 잡다한 신들과 오만가지 기묘하고 재미있는 부처님의 모습들을 조각해 놓았다.

호박모양으로 천상과 지옥, 현실을 표현해 놓은 것도 있었다. 작가의 이름인지 시주자의 이름인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 같은 것도 적혀 있었다. 일본인 여행자들과 잠깐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어를 학교에서 공부했느냐고 하기엔 혼자 배웠다고 했더니 잘한단다. 어찌됐는 부다파크에 오길 참 잘했다.

 

탈랏사오터미널에 12시경 도착하여 툭툭을 타고 부처님의 가슴뼈가 모셔져 있다는 탓루앙으로 갔다. 현재 라오스의 종정이 살고 있는 곳, 라오스의 상징이기도 한 신성한 곳이다. 금빛으로 빛나고 있지만 햇살이 강해서 시멘트 바닥은 몹시 뜨거울 것인데 젊은 스님 한분이 맨발로 탑돌이를 하고 계셨다. 믿음이란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툭툭을 타고 왓 씨므앙 갔다. 라오스 사람들의 신앙모습을 보았다. 여러 가지 공양물을 들고 법당에 들어가 기도를 한다. 스님 한분은 항상 법당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도들이 앞에 와 앉으면 우선 뭔가 주문을 읽으라고 한다. 아마 삼귀의 같은 것이거나 정구업진언 같은 것이리라. 그러면 스님은 그들을 위해 불경을 읽고 기도를 해 준다. 그리고 머리에 물을 뿌리고 손목에 붉은 끈을 묶어 주었다. 신도들은 공손하게 예의를 표시하고 물러간다. 신도들이 찾아오는 시간에 스님이 법당에 머물러 있는 것도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릴 때부터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니 이들의 95%가 불교인일 수밖에......

툭툭을 타고 남푸까지 와서 베트남 항공에 들러 항공권 예약을 확인했다.

저녁엔 열이 조금 있고 몸이 무거워 간단히 사혈을 하고 압봉을 붙이고 쉬었다. 낍 405000을 달러로 다시 환전했다. 사는 데 8047. 파는 덴 8077. 50$. 잔액이 1150정도 남는데 주려고 하지 않는다. “one thousand kip" 하며 손을 내밀었더니 아무말 없이 1000낍을 내어 준다. 말 안하면 떼먹으려는 거겠지. 나~~~~쁜. 유료화장실 갈 때 얼마나 요긴한데.......

저녁엔 짐을 줄이려고 가지고 온 짜장범벅을 먹었다. 잘 익은 망고 3개 사서 맛있게 먹었다. 쓴 돈들을 대충 계산해 보았다. 300불은 넘지 않을 것 같다. 첫날 인터넷으로 예약한 35$짜리와 130000낍짜리 숙소들은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비싼 숙소였다는 걸 날이 갈수록 깨닫게 된다. 도미토리는 무선인터넷도 아주 잘된다. 옆침대 사람의 노트북을 빌려 한국 소식을 읽었다.

한국이 몹시 춥다는 것, 구제역이 최악이라는 것도 알았다. 마음이 무겁다. 잔뜩 쌓인 메일을 지워버렸다. 내일 아침은 인근의 사원을 둘러보고 4시쯤 공항으로 가리라. 돌아갈 때 입을 옷과 껴입을 옷들을 따로 챙기고 배낭을 다시 꾸렸다. 짐을 줄이느라 해도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다. 숙소 부근 메콩강변에서 열리는 야시장에 가서 20000낍짜리 머풀러를 하나 더 샀다. 낍을 5만 정도만 남겼기 때문에 이젠 쓸 돈이 없었다. 혼자 남으니 시간도 더 알뜰하게 쓰고 돈도 훨씬 덜 쓴다. 하루의 일들을 기록할 여유도 생기고 생각할 시간도 많아서 좋다. 숙박비도 1인당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괜찮다. 윗 침대 쓰던 사람이 코만 골지 않는다면 아주 짱인데. 다행하게도 그는 떠났다고 한다. 모기약 뿌리고 피우고. 잘 준비 끝내고 오직 한권 가지고 온 작은 책을 읽었다.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열이틀째날 (1월7일)

아침에 독참파 한인식당 주인이 통칸캄 시장에 간다고 마침 차를 가지고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옆에 있는 분이 알려 준다. 이런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지. 시장은 아주 컸고 식재료를 손수 고르는 주인의 모습이 진지했다.

12일 동안의 내 여행은 끝나고 있다. 항공권94만원, 숙박 예약 35불, 보험료 11700원, 국내 교통비 (왕복 리무진, 택시 등) 59000원, 경비 합계 290불, 환산하면 13090950원

그런데 혼자 떠나긴 했지만 루앙에서 하루, 방비엥에서 3일, 비엔티엔에서 이틀, 여행의 반은 한국 사람들과 함께였다. 가능한 한 혼자이기를 원했으나 이 또한 현실이기에 받아들이기로 했었다.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으니까..... 12일 동안 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했다. 준비할 때 상상했던 것처럼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불교를 좋아해서 라오스를 선택했고 국민들이 선하다고 했으나 글쎄...... 길가에서 손 벌리는 아이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모습은 라오스를 찾아오는 것에 충분히 이유가 되었다. 탓밧을 할 때 가슴 뭉클한 감동과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노스님의 모습을 보았을 때 욕심 없는 수도자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이 감동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사업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외국을 떠도는 남자들의 모습도 보았다.

4시전에 숙소를 나왔다. 체크아웃하고도 쉴 수 있게 배려해준 분들에게 감사했다.

 

 

 

라오스 떠나기

숙소에서 툭툭 2만낍, 10분정도(길이 막히지 않아서.....) 16시 10분부터 체크인 시작(1층) e 티켓을 보여주자 보딩 패스 2장 준다. 비엔티엔 -하노이 1장, 하노이-인천행 1장. 짐은 인천까지 go. Transit 라벨 1장. 짐 부표 1장. 2층으로 올라가서 출국 심사.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도 잘 통과해 준다. VN 840 편, 보딩은 17시 40분부터. 게이트 면세점에서 . 2$짜리 코기끼리 모양 열쇠고리 한 개를 사고 남은 낍 18000을 모두 썼다. 18:10 출발 19:10 하노이 도착했다.

 

 

하노이에서 Transit하기

하노이 트랜스퍼 데스크에 다시 왔다. (올 때와 같은 곳, 서울행 환승 안내처 라고 써 있는 곳) 보딩 패스를 보여 주니 보딩 게이트 번호를 적어 주고, 뒷면에 도장을 찍어 주고 Dinner에 체크된 식당 이용권을 준다. 바로 앞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서 다시 보안 검색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3층에 있는 NHA HANG 식당으로 갈수 있었다.

식당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 그들이 내민 종이에 비프커리와 그린티에 체크표시 하고 돌려 준뒤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만 하면 음식을 날라다 주었다. 23시 10분까지 3시간 반은 죽치고 있어도 된다. 그런데 좀 추웠다. 초경량 웃옷을 꺼내 입었다. 다시 메모를 시작했다.

이제 23시 40분에 출발하는 인천행 VN936 편을 타면 한국시간 5시 30분에 도착한다. 비행시간은 4시간, 시차가 두 시간이다. 짐을 찾고 리무진 첫차 7시 30분 집으로 가는 리무진이 제대로 이어진다면 이번 여행은 일정대로 딱딱 맞는 행운이 내게 있는 것인데.....

하노이에서 30분 늦어졌다. 식사주고, 음료수 주고, 좁은 두 개 의자에서 2시간쯤 잘 잤다.

비행기내에서 검역통과서 세관신고서 출입국신고서(?)-한국인은 없어졌다는데 승무원이 한국인인줄 모르고 내게도 주었다.-작성했다.

6시 10분 도착,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고, 공항셔틀트레인 타고 이동하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고, 검역 통과할 때 노란 종이 내고, 대한민국 국민 줄에 서서 입국심사 거치고, 짐찾고, 세관통과하고, 리무진 표 사고(26000원) 집으로 오는 리무진은 횡단보도 한번 건너 9C. 7시 30분 첫 버스에 무난히 올라탔다. 만세! 행복하고 내 자신이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