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축산 불영사 주차장에 차 세우고 1킬로미터 정도 아주 예쁜 가을 길을 20분 정도 천천히 걸어서 경내에 다달았어요.
가을이 온통 내려 앉아 있네요. “예쁘다, 좋다”를 연발하면서 걸어갑니다.
의상스님은 부처님이 설법하시던 인도의 영축산 산세와 이곳의 산세가 비슷하다고 천축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그러나 의상스님이 인도에 다녀 오셨다는 기록은 없지 않나요? 도력으로 훤히 보셨을까요?
연못가를 돌며 명부전, 응진전을 거쳐 의상전을 들어가 보고, 대웅전으로 갔어요. 뜰아래 火氣(화기)를 누르기 위해 만들었다는 거북이 형상의 조각상도 찾아보고, 삼층석탑을 보며 대웅보전에서 기도를 했고요. 삼존불과 영산회상도도 아주 훌륭했어요. 언니는 오늘도 대웅전 안에서 반야용선을 찾아내는 걸 보면 눈이 다른가 봅니다. 다른 곳보다 좀 짧았으나 방울도 두 개 달려 있네요. 대웅전 삼존의 좌대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구니 스님들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보입니다. 내부의 단청은 오래 전 그대로 있었지만, 머리를 뒤로 젖히면 안 되는 나의 요즘 상황이라 실컷 쳐다 보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한 쪽에는 스리랑카에서 모셔왔다는 진신사리도 있었는데, 부처님의 사리는 이곳저곳에 어찌 그리 많은지......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전각이 하나 있습니다. '의상전'이지요. 의상스님은 신라의 진골 출신이라고 해요. 매우 귀티나고 영특해 보이는 의상스님의 조각상도 모셔져 있고 진영도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의상스님과 원효스님의 진영 사진은 일본 교토 다카오에 있는 고산사에 모셔져 있는 것인데 불교 TV 유튜브에서 켑쳐한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것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라고 해요. 고산사에 계시던 묘에스님(명혜상인1173 ~1233)은 두 분 스님을 너무 존경하셔서 화엄종을 펼치면서 우리나라 두 큰 스님의 진영을 고산사에 모셨고, 이 분들의 일대기를 그림으로도 남겨서 아직까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선묘낭자를 추모하여 고산사의 별원으로 선묘니사라는 비구니 승방을 짓고 선묘 아가씨의 초상을 모시기도 했대요. 나는 이 두 분 스님의 초상과 그 일대기를 그린 그림을 보고 싶어 고산사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12월이 되면 눈길이 위험하므로 그 전각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어서 못 들어 갔습니다. 아쉽지만 귀한 것은 잘 보여 주지 않는 그 사람들의 습성 때문에 어쩌면 눈길이 아니라도 못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참 아쉽더군요. 덧붙여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고산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 재배지가 있는 곳입니다.
기도하던 스님이 나오셨기에 다시 응진전에 가 보았지요. 자연석으로 ‘허튼 층 쌓기’라는 방식으로 기단을 만들고 맞배지붕 건물로 불영사 전각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랍니다. 석가모니부처님과 제화갈라보살, 그리고 자씨미륵보살을 모시고 좌우에 16나한을 배치했군요. 명부전에서는 십대왕을 보았는데 내 생년에 맞는 분은 제2전륜대왕이라네요^^ 에구 잘 봐 주시어요. 지옥을 면할 수 있게.......
불영지 옆에 있는 법영루인데 종각으로 쓰이는 듯이 사물이 걸려 있어요.
"불영"이란 "부처님의 그림자" 라는 뜻이지요.
부처바위는 부처님이 설법하고 계시면 대중들이 공손하게 듣고 있는 형상이랍니다. 불영지에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추는 모습을 찾아 보는 것도 꼭 봐야 할 것의 하나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절마당을 나오면서 여기저기 단풍을 찍고 불영지에 부처바위가 비춰지는 모습을 찾아내어 사진을 찍었어요.
다시 이쁜 길을 걸어 주차장에 오니 비가 막 쏟아집니다. 와~~~우리는 참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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