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관장님은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라는 글에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가고 또가고, 가고 또 가고......."
한다고 그랬지요. 여러 번 갔지만 주로 여름 철에 갔기에 가을과 겨울에 한 번씩 그 해맑은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겨울에는 용기가 안 나고, 가을 날엔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으로 늘 벼르고 있었지요. 드디어 은행나무 가로수가 적당히 잎을 떨어뜨려서 아래도 예쁘고, 위도 예쁜 날에 부석사를 만났군요.
2018년 6월 30일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7곳 중의 한 곳이지요. 그 일곱 사찰은 법주사, 대흥사, 마곡사, 봉정사, 통도사, 선암사 그리고 이곳 부석사 입니다.
얼마나 보고 싶어하던 가을 날의 이 길인지요.
그렇게 아름답던 사과나무들도 세월을 못 이겨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고맙구나~~~늘씬한 당간지주는 8등신 몸매를 뽐내며 변함없이 부석사를 잘 지키고 서 있어요
"무량수전", 이 편액은 고려 공민왕의 글씨인데, 1361년 홍건적 침입 때 순흥으로 피난 와서 남긴 것이랍니다.
"안양"이란 말은 "극락"을 뜻합니다.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산들은 줄기줄기 뻗어 나갑니다. 이 부석사에 처음 왔던 50여년 전, 어느 스님이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 곳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봉황이 나래를 쭈욱 펴고 있는 듯한 산세이며 봉황이 알을 품는 자리에 무량수전이 있고 그래서 '봉황산 부석사'라고......."봉황은 오동나무와 산죽이 있는 곳에 날아온다"고도 말해 주었습니다. 그때 나는 '오동나무'를 '오리나무'라고 확신없이 알아 들었다고 누구에게라도전할라치면 자신 없다면서 말하곤 했었는데, 몇년 전 봉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때 도륜스님께서 "오동나무"라고 말해 주시며, 영산암 응진전 벽화인 오동나무와 산죽과 봉황이 그려진, 봉정사 심볼 같은 템플스테이 증명서를 주셨습니다. 수십년 동안의 내 의문이 풀린 그 날 나는 영산암의 나한전에서 오래 오래 그 벽화를 바라보았습니다. "봉황은 오동나무와 산죽이 있는 곳에 날아든다~~~~~" 참 기쁘고 감사한 날이었지요^^
동쪽을 바라보며 서방정토에 앉아 계신 아미타부처님께 삼배를 드렸지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 요런 것도 해보고요
요즘 엎드려 삼 배 드리는 내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려운 것이라........
그러나 이 곳에서 조차 서서 절하는 것은 내 자신에게 용서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돌아오는 의상스님의 뱃길을 용이 되어 지켜 주었고, 이 곳에 살던 나쁜 무리들을 용의 꼬리로 큰 큰 돌을 감아서 들었다 놓았다 하여 모두 쫓아내고 절을 짓도록 도와준 선묘아가씨의 사랑도 만나봅니다. 선묘아가씨는 석룡이 되어 이 도량을 외호하고 있다고 하는데 1967년 부석사 마당에서 발굴 작업을 할 때, 석등에서부터 무량수전 부처님좌대 쪽으로 용모양의 돌이 발견 되기도 했다는군요^^
부석사는 국보를 다섯 건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량수전, 소조여래좌상, 무량수전 앞 석등, 조사당, 그리고 여러 번 갔었지만 친견하지 못한 조사당 벽화입니다.
국보바라기인 나는 언젠가 또 그리운 마음을 못 이겨서 또다시 달려 갈 것은 틀림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