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좀 꾸무리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요.
교토타워는 여전히 높이 솟아 있습니다. 교토 타워 뒤를 돌아서 히가시혼간지로 갑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의 의미를 물어보자."
담장에 써 놓은 심쿵하는 문장입니다. 어디에 물어야할까요? 물어본들 속 시원한 대답이 나올까요? 역시 나의 길은 내가 찾을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요?
커다란 건물은 별 감흥은 없지만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의자로 만들어 놓고, 그 기를 받도록 하는 것은 자상함일까요? 믿음일까요? 그냥 없애 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쓰임입니다. 오랜 세월 버티어온 나무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일 일 것 같고요.
히가시혼간지 앞에서 5번 버스를 타고 난젠지(남선사)로 갑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 2층 누각인 멋진 삼문이 떡 버티고 있습니다.
삼문에 올라 갈 수는 있지만 입장료는 300엔 따로~~~
육중한 삼문을 들어서면 눈에 익은 풍경이 들어 옵니다. 2년전 정말정말 단풍이 아름다운 그 때에 이곳에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남선사는 가마쿠라시대에 가메야마천황이 법황이 되면서 자신이 지은 離宮을 사찰로 꾸민 것입니다. 일본의 역사를 시대별로
아스카 나라시대 6~8세기, 헤이안 시대(8~12세기), 가마쿠라 시대(12~14세기), 무로마치 시대(14~16세기), 에도 시대 17~19세기) 나누어집니다.
비와호 호수의 물을 교토로 끌어들이는 데 사용된 수로각입니다. 스페인에서 본 모양과 똑 같아요. 이것이 일본이 근대화하는 데 심장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수로각 위를 보려고 갔다가 작은 정원을 보게 되고 맙니다.
이 정원의 명물같은 이것은 단풍나무와 소나무가 만들어낸 연리목입니다.
대방장의 정원입니다.이 돌들의 배치도 호랑이 새끼 물건너기 를 표현한 것이라는 데 나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다는데요. 하얀 모래는 고운 물결을 넘실거리고 있고요. 일본 정원의 명작으로 꼽힌답니다. 소나무, 벚나무, 동백나무,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어요.
눈을 위로 쳐들면 동물 조각들이 아름답게 조각된 나무가 복도를 가로 받쳐주고 있지요.
하얀 담벼락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남선사 소방장에 있는 군호도 그림, 영상자료에서 퍼왔어요.
폭포를 바라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어요. 물론 무료는 아닙니다.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남선사 본당이고요. 천정에는 천룡도가 있습니다.
준세이(順正) 두부집, 음식도 정원도 아주아주 훌륭한 집이에요.
다음 갈 곳은 고려미술관, 5번 버스를 타고
몇 번 환승을 해서 37번을 타고 카모가와중학교 앞에서 내려 잘 찾아갔습니다.
고려미술관을 세운 정조문씨는 경상북도 예천 출신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교토에 건너가 살다가 파친코 사업으로 돈을 벌고 조선백자를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기 시작해서 1680여점을 모았대요. 자기 집 자리에 박물관을 짓고 남한도 북한도 선택하지 않고 "고려"라는 이름을 걸고 이 미술관을 열었답니다. 대단하고 자랑스런 분입니다.
"돌의 문화와 조선민화"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사무장이 일본어로 설명하고, 열심히 듣고 있는 많은 일본인들을 보았습니다.
정원에 있는 5층탑은 고베에서 구한 것이라고 합니다. 10년을 다니면서 주인을 설득하여 밭가운데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모은 탑이라고 합니다. 정조문씨의 조국 사랑을 느껴봅니다.
도지샤대학에 있는 윤동주와 정지용의 시비를 찾아 갑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 하는 것이겠지요.
가슴이 저립니다.
우리나라 사람 열댓명 정도가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왜 거기에 왔을까요?
정지용의 향수를 자금자금 낭송해 보았습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조국을 잃은 시절의 유학, 힘들고 서러울 때마다 얼마나 고향이 그리웠을까요?
구슬같은 詩語들이 느껴옵니다....................
가는 길에 꽃집을 찾았으나 헛탕을 치고 빈손으로 그냥 간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다카시마야백화점에 들렀다가 하늘을 쳐다봅니다
교토의 하늘에 예쁜 노을이 물들었습니다. 거리에는 예쁜 등이 색을 발하고요.
나는 지금 니시키시장으로 갑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닫혀져 버린 시장의 셔터에 그려진 그림들입니다.
교토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교토타워에 불이 반짝이고 일본과 참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번쩍 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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