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37일차
어제부터 자꾸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집니다. 뭐 어떤가요? 혼자 방에 가만히 있는 것도 참 좋습니다. 새벽시장을 가려다가 동네 개들이 짖어대서 못 갔어요. 아침 먹고 Kang과 커피내리기를 했어요. 빠싯도 패도 모두 와서 구경하고 먹어보고 했지요.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쿵쾅댄다고 하던 캥도 저녁에 만나니 괜찮다고 웃습니다. $$가 놀러오라고 전화를 했어요. 떡국 끓여 먹고 놀다가 왔네요. 햇볕이 좋아서 한 번 입었던 옷을 무조건 빨아 말립니다. 가루비누를 물에 풀어서 물비누를 만들어 쓰고요. 식초물로 살짝 헹구면 뽀드득한 빨래가 됩니다. 설거지를 할 때도 나는 식초를 뿌려서 헹구지요. 오래 사귄 친구도 한 길 같이 가기 힘든데 이제 새롭게 누구를 사귀고 또 멀리하고 하겠어요. 만나면 만나고, 아니면 아니고, 서로 간단한 관계가 좋은 것 같네요.
햇살이 좋은 날이면 치솔과 수세미를 햇볕에 말리는 걸 나는 좋아합니다.
1.23. 38일차
요즘 나의 주 반찬은 찐 양배추 김쌈과 양념간장입니다. 생멸치를 몇 개 올리면 그것도 별맛이고요. 양념간장에 땅콩가루를 좀 넣거나 참기름을 듬뿍 넣으면 더 맛있습니다. 거의 이틀에 양배추 한 통을 먹습니다. 살이 토실토실 쪄가지고 돌아갈 것 같군요. 새벽시장에가서 양배추, 파, 달걀10개 40밧, 돼지고기 1kg조금 못되는 것 130밧, 식초 한병, 삶은 옥수수 4개 사고 무삥 한 개 사먹고 부지런히 돌아와서 아침 먹었어요. 왓프라닷 도이뚱(Wat Phra That Doi Tung)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12지상 사원 중에 돼지에 해당하는 곳이고 부처님의 왼쪽갈비뼈 유해를 모신 곳이랍니다. 집 앞에서 차를 히치로 얻어타고 반두에서 20밧을 드리니 안 받으려했지만 감사하다고 드렸어요. 은행 앞에서 50분쯤 오는 차를 놓쳐버리고, 9시 10분 쫌 넘어서 메사이행 버스를 탔어요. 태국말로 버스를 “롯”이라고 하나봐요. 매찬을 지나서 차장이 내리라고 알려 주는 곳은 메파루앙가든 가던 곳입니다. 도이뚱 사원까지 왕복 300밧이라고 하네요. 여러번의 경험으로 나는 차비를 깍지 않기로 했어요. 지난 번에 메파루앙가든이랑 도이뚱로얄빌라를 왔을 때도 80밧 차비 외에 팁도 드렸거든요. 오늘은 구굴맵으로봐도 그곳보다 엄청 멀고 높습니다. 좋은 곳에 가는데 차비로 옥신각신 하고 싶지도 않고요. 산꼭대기에 구름이 마주 보이는 곳에 사원이 있었어요, 정말 금색 돼지상과 은색 돼지상이 있었어요. 12지신 사원들을 정할 때 어떻게 정했는지도 궁금하지만, 물어 볼 곳도 없도 알만한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ㅠㅠㅠㅠ. 오늘 그곳에서는 머리에 흰 실을 묶고 기도를 드리는 큰 행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을 아주 멋지게 차려놓았고 큰 스님들도 많이 모셨더군요. 뷰포인트에 가서 내려다 보니 다리가 스믈스믈 떨리려합니다.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오늘 가기 참 잘 했다 싶었어요. 청신도 한분이 나에게도 매달아 있던 실을 두 개나 잘라 주십니다. 집에 가져왔더니 패가 손목에 묶는 거라고 하면서 묶어주었어요. 나는 오늘 또 하나의 신성한 곳에 있는 좋은 사원 하나를 보았습니다. 태국인들의 깊은 심성에 뿌리가 되는 불심을 보았고요. 오늘 무작정 꼭 그곳에 가보고 싶던 나는 “靈”이 좀 쎈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잠시 들었네요.
1. 24. 39일차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 이탈리아 배우 안나 마니냐가 늙어서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사진사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말아 주세요.” 사진사가 그 이유를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그것을 얻는 데 평생 걸렸거든요”>
“행복한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사랑한다”
하워드 가드너의 말입니다. 얼마나 자신있으면 자기 주름살에 당당할까요?
친구가 하는 말이 감자껍질을 삶아서 염색을 하면 된다기에 모아둔 감자껍질을 삶아서 발라 보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더군요. 늘 흰머리들을 그냥두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갈등을 하는데 그냥 둘까 하다가도 또하고 또하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평생 염색같은 것은 안 하고 사셨는데......자연그대로 두고 싶다가도 조금 더 깔끔해 보이고 싶은 욕심도 생기지요. “아, 참 곱게 늙었다”는 말 들을 수 있기를~~~~
블로그놀이를 하다가 저녁 땐 라차밧대학의 목요시장 구경을 갔어요. 호박넝쿨순 한 묶음과 호박 한 개를 사고, 새우튀김한봉지 사먹고, 우유 작은 것 두 개 26밧에 사고, 바나나 잎에 싸서 살짝 구운 밥 3개를 5밧에 샀어요. 돌아오는 길 왕비정원에는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큰 꽃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초록색 잔디밭엔 노란 빛이 물들어 있었습니다. 꽃이름을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네요.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냈어요. yellow silk cotton, 태국말로는 똔쑤판니까(ต้นสุพรรณิการ์) 랍니다. 실크같기도 하고 코튼같기도 하다는 뜻일까요? 저녁 무렵이라서 더욱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1.25. 40일차
밤엔 살짝 추울 정도로 서늘합니다. 어제 사온 호박넝쿨순을 쪄서 된장에 무쳐보았는데 많이 짜네요. $$랑 왕비정원에 산책을 갔어요. 엘로실크코튼은 여전히 아름답고요. 모르는 빨간 털달린 꽃인지 열매인지 멋진 나무도 있어요. 조용히 앉아서 정원 감상을 합니다. 이런 멋진 정원이 모두 내 차지입니다. 라차밧대학 “라마9세 철학관”에서는 고등학생들의 탐구경진대회같은 것이 열리고 있었어요. 제일 흥미있던 부스는 푸치파에서 온 커피에 대한 것이었는데 선생님과 학생들이 어색한 영어로 열심히 설명도 해주고 자기 고장을 자랑도 합니다. 휴대용 핸드밀 아주 작은 것을 가지고 와서 커피메이커에 내려줍니다. 그것과 그것은 서로 어울리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한국에서 하나 보내주고 싶네요. 지도교사가 사진을 함께 찍자하고 아주 즐거워합니다. 아나바다장터같은 곳에서 머풀러 20밧에 사기도 하고 즐겁습니다. 학생식당에 가서 30밧 점심을 먹고 35밧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습니다. 다시 걸어오는데 땀이 줄줄 흐릅니다.
태국살이, 벌써 40일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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