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섬 시코쿠

10. 시코쿠 순례 (7) 24번 ~27번

연꽃마을 2018. 5. 12. 16:45


헨로 7일차입니다.


순례자들은 주로 20대 젊은이들이거나 60대 이상이 많아요. 젊은이들은 자기의 내일이 불안하니 뭔가 해답을 얻고 싶을 것이고 늙은이들은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이겠지요. 백의에 납경을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하얀 천에 납경이 늘어갈 때마다 아름답게 죽을 수 있기를 소원하지요.

붉은 납경이 찍힌 그 옷을 입히면서 내 아들은 얼마나 힘이들까요? 아들과 함께 받은 5개가 너무 소중합니다. 여러 가지 뜻을 담아 고맙다는 말을 했을 때 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죄송하지요.”

마츠야마를 여행하며 51번 이시테지에서 납경을 받는 모습을 아들이 뒤에서 살짝 찍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나는 슬쩍 눈물이 났었어요.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일이고 관절 때문에 포기했었다가 다시 해보려는 마음이 생겨서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더 늙기 전에 아들과 좋은 추억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기를 주고 싶네요.



 아침 식사전에 해수욕장 파도머리를 빠르게 산책하고 발자국을 남겨봅니다. 가는 길이 있으면 오는 길도 있는 법......

호텔 앞에서 740분 버스를 탔어요

나는 태평양을 바라보며 길게 이어진 바닷길, 장호항 같기도하고 정동진 같기도한 예쁜 길을 따라 무라토로 가고 있어요. 시코쿠 지도에서 보면 남쪽 아주 뾰족한 곳이지요. 오늘부터는 고치현에 속해있는 사찰들입니다.

 24번 호츠미사키지 最御崎寺, 일본이름도 한자이름도 어려운 절이름이네요. 버스가 절 아래서 내려줍니다. 버스비는 1540, 스카이라운지로가는 버스를 타면 쉽겠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산길을 걸어갑니다. 가파른 산길인데도 조금만 기다리면 쇼짱이 곧 따라옵니다. 생각하는 바위도 지나고, 떨어져 있어도 예쁜 동백꽃도 많아요. 이번 순례길에서 내가 좋아하는 동백꽃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즐겁습니다.

 925분에 도착했네요. 경내에는 큰 돌위에 움푹움푹 패인 홈이 있고 거기에 작은 돌들이 올려져 있는 종돌이 있습니다. 종돌을 두드리면 먼저 저 세상 떠난 사람들을 부를 수 있다네요.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싶습니다. 쇼짱한테도 해보라고 합니다. 이제 그 분은 어색하지 않게 웃으며 사진 포즈도 잘 취해줍니다. 참 아름다운 절입니다.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는 지장보살도 있고요. 쇼짱이 일본어로 된 지도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 절에서 판매하는 것인데 2500엔이나 합니다. 덥다고 아이스크림도 어느새 사왔어요. 세 번째 순례길이라서 그분은 익숙합니다.

 “속세의 눈물, 미소로 날아서 꽃이 되리라

라는 길가의 푯말을 나름대로 해석해 봅니다. 멋진 표현! 그렇게 해보게 싶네요.

내리막길을 20분쯤 걸어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리는 쇼짱에게 4.8킬로미터의 거리니까 걸어가 보겠다고 말하고 요코하마에서 온 주노따와 걸었습니다. 그녀는 보자기 예술을 하는 사람이랍니다. 한 시간 반동안 걸어서 12시에 25번 신쇼지 津照寺 앞에 도착하니 쇼짱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부들을 지켜주는 신쇼지(츠테)를 돌아봅니다.

 



































 쇼짱은 택시를 부릅니다.

 26번 곤고초지 金剛頂寺西寺라고도 부릅니다. 42세 남판과 33세 여판이 있습니다. 절 마다 높은 계단이 너무 많아요. 부처님이 높은 곳에 모셔주기를 원했을까요?

금강경 첫머리에 부처님은 천이백오십명 다른 비구들처럼 맨발로 차례차례 걸식을 하고 음식은 드시고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라고 써 있습니다. 특별한 대접을 원하지 않으셨는데....... 다리불편한 사람들에게는 고역의 길이지요.

 아주 커다란 낡은 짚신도 걸려 있어요. 순례자들이 무사하게 순례를 마치도록 기원하는 뜻일겁니다. 택시비로 4000엔을 내네요. 기다려준 시간도 있고 주차장도 유료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점심으로 우동을 먹었어요. 950*2







주노따는 요꼬하마에서 온 보자기 예술가입니다.






  27번 고노미네지 神峯寺도 아주 높은 산위에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1020), 다시 택시를 타고 올라갔어요. “나를 따르라하는 듯한 대사의 동상이 있습니다. 언덕진 곳에 정원을 반듯하게 꾸며 놓았어요. 서양식 정원처럼 나무들을 둥글게 네모나게 다듬어서......

  천에 하는 납경은 안 해 주겠다고 하기에 두말 하지 않고 돌아섰는데 섭섭하기는 하네요. 누구를 위한 납경인지, 자기네 절에 찾아 온 것만은 사실인데 어디에 한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배관했다는 증명일 뿐인데, 막말로 표현하면 돈 받으며 갑질하는 듯한 (?)......부탁같은 것은 안하기로 마음을 추스리려고 했는데 언짢고 섭섭함은 숨길 수가 없군요. 쇼짱이 더 서운해합니다.

 납경소에 드러서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흰 천에 납경을 받으려 내밀면 고개를 갸웃합니다. “제가 죽으면 입을 옷을 만드는 데 사용할 천입니다.” 라고 쓴 메모지를 내밀어 보이기도 하며, “일본과 한국은 의복 모양이 다르니까......”하는 말도 합니다. 어떤 분은 아주 소중하게 납경을 해 주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고노미네지 나뽀나뽀(?) ~~~~






















  기차로 네 정거장, 토노하마에서 타고 아키(Aki)에서 내려서 호텔 타마이에 들었어요(7020). 오헨로상을 대접해 주는 곳인 듯합니다. 저녁 식사는 지도책을 선물해주고 택시를 태워준 보답으로 내가 샀습니다. 카츠오(불에 그을린 생선회)세트와 비빔밥(2160), 호텔 음식이라 그런지 비빔밥도 깔끔하고 나름 맛이 있었어요.

쇼짱한테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빚이 자꾸 커지는 듯해서 맘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