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가 아름답게 피는 무렵에 불갑사에 꼭 가고 싶었지요.
어느 해였나 선운사 꽃무릇을 보고 도솔암까지 얼마나 황홀했던지......
광주에 사는 지인의 도움으로 날짜를 맞추고 코스를 짜고.....
마침 축제기간은 끝났어도 사람들이 밀물처럼 내려오는 그 길을 템플스테이한다고 꾸벅꾸벅 인사하며 차를 몰고 들어갔네요.
대한불교 조계종 제18교구 백제불교 초전성지랍니다.
인도승 마라난타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고 최초로 창건한 절이라네요.
무거운 가방 때문에 뒷문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풍성해 보이는 담장이 있더군요.
보물 830호 대웅전입니다. 정면3칸, 측면3칸.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보물1377호 목조삼세불좌상이 대웅전에 모셔져 있어요. 가운데 석가모니불, 그 왼쪽에 약사불, 오른쪽엔 아미타불이지요. 친절하게 명호도 적어 놓았어요.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미단 좌단에는 인두어신인지 인두조신인지 구별이 안 되는 조각들이 붙어있는데 아주 가까이 가볼수도 없어서
이럴 때 나는 나의 무지와 안목의 정도에 답답하고 슬픕니다.
17세기 중반에 불교 조각계를 이끈 대표 조각승의 한 분인 무염스님의 초기 작품이라고 합니다.
보궁형 닫집 속의 세 분 부처님을 보호하려는 듯 머리를 드리운 용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조각도 보입니다.
절집 어디서나 마음이 홀리는 것은 꽃문살이지요 ♬♪♬♪♬♪
보고만 있어도 그저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디엔가 내가 말했지요?
"나는 전생에 어줍잖은 굴뚝쟁이로 절집에 살았었나 보다"
라고요. 이 해학적인 굴뚝을 만든 이의 여유로움이 부럽군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낮고 편안한 집입니다. 성보박물관은 문을 닫아 놓아 볼 수 없었어요.
상사화(꽃무릇)과 참식나무(천연기념물 112호)가 있는 꽃길을
저녁에도 가고 밤에도 가고 아침에도 갔습니다.
템플스테이하던 방 마루에서 쳐다본 하늘이지요.
네모진 마당 위로 네모난 하늘이 아름답지만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나는 인간이니까요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