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살이 두 번째

17. "무빠" 축구팀 소년들 기적 탐루앙 동굴, 코끼리 타기

연꽃마을 2019. 2. 1. 18:06

1.29. 43일차

아침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뜨는 아침해를 바라보았어요. 우리나라보다 적도가 가깝기 때문인지 해가 더 크게 보입니다.

 9시쯤 1층에 사는 Meg이 부르러왔어요. 그녀는 Tom 과 함께 맛있는 커피샵에 데리고 가 주기로 했었거든요. “Box Cafe”라는 곳이었는데, 톰은 아메리카노를, 맥은 라떼를, 나는 원샷으로 라떼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어요. 예쁜 하트를 넣은 커피를 주는데 맛있네요. 톰은 거의 매일 이 카페에 커피 마시러 왔대요.

" 블로그올린다" 허락받고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해 여름, 치앙라이는 온 세계 여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었어요. "무 빠 (야생멧돼지) 팀 유소년축구선수들이 17일 동안 동굴에 갇혔다가 다국적 구조대에 의하여 모두 구조된 일이었죠. 한국에서도 매일 보도되는 뉴스를 들었거든요.  나는 내가 머물렀던 곳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일 거라고 추측하며 그들이 무사하기를 기원했었는데, 오늘 그곳에 데려가 준 것이었어요. 탐루앙동굴은 완전히 관광지가 되어있더군요. 언덕길엔 관광객 운송차량도 있고, 가게들이 아주 즐비하게 늘어 서있고, 길가에는 딸기밭도 많고, 주차장도 넓었어요. 동굴 입구는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는데 그 앞에서 모두들 사진을 찍어요. 나도 마찬가지고요. 웃으면 안되는 안타까운 장소이지만 내가 살아 있기에 그곳에 있으니까 행복한 것 아니겠어요? 구조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의 (태국 네이비씰 출신 사만 쿠난은 축구팀을 구조하다가 안타깝게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죽었습니다) 동상도 만들어져 있고 그 당시의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지만 아직 어설프네요.




그 당시는 우기니까 매일매일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고, 수심이 깊은 곳이 중간에 있지요.



 산 줄기의 모형도 만들어 놓았네요. 이 산 줄기의 제일 높은 곳에 내가 며칠 전에 갔었던 돼지사원 왓프라닷 도이뚱이 있군요.

당시의 구조 모습인데요. 인터넷으로 그때 자료를 좀 찾아 보았네요.





 이 사건은 2018년 우리나라 해외 10대 뉴스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관심사였어요.

태국 치앙라이주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아카데미 소속 소년 12명과 코치는 같은 해 623일 매사이 지구의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물이 불어나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들은 실종 열흘째인 722명의 영국 구조전문가에 의해 동굴 안쪽 깊숙한 에어포켓 공간에서 발견됐다.

태국 당국은 동굴 통로 곳곳에 고인 물을 빼내고 아이들에게 수영과 잠수장비 사용법을 가르친 뒤,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들과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구조팀을 동원해 7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이들을 안전하게 구해냈다. 실종자들이 17일 만에 전원 구조되는 장면을 전 세계는 지켜봤다.

   “We are the world”


맥이 이야기 해 주던 미얀마 사람과의 슬픈 사랑이야기도 있고 그 옆에 다른 동굴도 잠시 들여다 보았네요 이곳도 석회암 지역이라서 동굴이 많이 형성되어 있나봅니다.





 점심 먹으러 아주 조용한 동네에 들어갔는데 소파와 단의 고향 동네라네요.

메사이의 국경시장에도 갔어요. 버스타고 혼자라도 가봐야지 했는데 오늘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오게 되었네요. 톰은 미국 위스콘신에서 왔습니다. 오늘도 증손자 사진을 보여주면서“a great grand son”이라고 자랑합니다. 장난끼도 많은 사람입니다. 커피도 점심도 과일도 그가 지불했어요. 미얀마 살짝 넘어갔다가 오고 싶었지만 톰이 기다립니다. 국경시장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네요. 그러나 별로 싸지는 않아요. 100밧짜리 랩스커트를 하나 샀는데 식탁보를 하고 싶군요.


돌아오면서 Wat Tham Pha Chom 동굴 사원에 들렀어요. 사원 뒷산 너머는 바로 미얀마입니다.  톰의 말대로 참 흥미로운 사찰입니다. 사람들이 며칠씩 머물면서 기도하는 큰 방과 이부자리도 많이 준비되어 있네요.








 길가에서 차를 세우고 수박도 사고(작은 것 하나에 20), 파인애플도 사고, 해바라기 씨앗도 사고...... 톰이 태국은 먹거리도 많고 싸다고 좋아하네요. 그래서 그는 태국을 네 번이나 와서 거의 2년을 살았다고 하네요.

이젠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다 가본 셈입니다. 커피마을만 빼고요 어린이날 행사 건으로 조금 불편해진 것같아서 찬애님께 커피마을 가고 싶다는 말을 하기 어려워서 참고 있어요. 나는 사람들을 만남에 있어서 운이 좋은 편이니까 또 괜찮은 일이 생길 거에요.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빼고는..... 나도 인간인지라 괜찮은 듯 잘 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큰 구멍이 뚫려있어 그곳으로 늘 찬 바람이 들락거리지요. 그 끝은 언제일지 모르지요. 풀리지 않는 실타래 잘라버리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1.30. 44일차

1월도 내일이면 끝날이네요. 깽이 담근 김치가 많이 익어서 냉장고에 넣으랬더니 나에게 조금 나누어줍니다. 미국인 톰이 콜롬비아 커피와 코스타리카 커피를 좋아한다고해서 가지고 온 코스타리카 커피를 50그램 정도 분쇄하여 드렸어요. 어제에 대한 고마움이지요. Makro에 가서 참깨 500g짜리 6343(우리돈 약 12000)이고, 255g짜리 꿀 2240밧에 사왔어요. 거기는 모두 묶음으로 크게 팝니다. 마트에 가서 연유 380그램 123, 센소다인치약 50g 짜리 53밧 에 사왔어요. 오후엔 선등님네가 온천에 왔다기에 얼른가서 이야기하고 놀다 왔어요. 꽃무늬 인견반바지 하나 지영님 주고...... 파인애플 8개나 20밧 샀어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태국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싸고 좋군요. 그린버스 티켓을 예매하려다 말았어요.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 세대라 그런지 인터넷을 믿기 어렵네요. 직접 나가서 사와야할까 보네요.

 

1.31. 45일차

햇볕이 너무 좋아요. 이불을 내다 말리고 칫솔은 매일 말리고...... 뽀송뽀송하고 따듯한 것이 정말 기분을 업시킵니다. 햇볕에 바짝말린 이불에 얼굴을 묻으면 얼마나 보드랍고 좋은지요. 아침에 맥이 코끼리 캠프에 가겠느냐고 합니다. 나야 물론 땡큐지요. 톰이 코끼리를 타보았느냐고 묻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타 본적이 없다고 했지요. 자기는 여러번 타보았다네요. 어딜까 했더니 2주전에 갔었던 박목사님 교회 부근에 있는 코끼리 캠프였어요. 톰이 바나나 세송이와 사탕수수 같이 생긴 먹이 3봉지를 사서 코끼리에게 먹여보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좀 무서웠는데 괜찮아지더군요.


 톰은 우리에게 코끼리를 타보라고 합니다. 무서워서 싫다고 하니까 이런 찬스가 없으니 타보라고 권하네요. 나는 코끼리의 살갗 느낌이 서걱거려서 몹시 싫었던 경험이 있기에 닿는 것은 싫었고 코끼리 눈을 들여다 보면 참 선하게 생겨서 그 위에 올라타는 것이 가여웠거든요. 그런데 톰이 자꾸 권하기에 맥과 같이 탔어요. 400밧이나 하는 것을 톰이 지불해주네요. 강물 가운데로 들어가서 물따라 한참을 내려가다가 물밖으로 나와서 돌아오는 코스인데 30분 정도 탄 것 같아요. 코끼리한텐 많이 타 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열댓 마리나 되는 코끼리를 기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코끼리를 몰고 가던 분도 얼마나 가난해 보이던지요. 팁을 좀 주어야지 생각했었는데 급히 내리느라 잊고 말았네요. 메파루앙 공원에 갔었는데 입장료 100밧씩 받는다고 하니까 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들어가지 않겠다고 해서 돌아왔어요. 나는 그가 좋아할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공원에 무슨 입장료를 받느냐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브런치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먹고 돌아왔어요.


 터미널 부근의 꽃가게에는 정말 예쁜 꽃들이 많기도 하지만 싸기도 합니다. 이 많은 꽃들이 소비되는 태국은 참 신기한 나라입니다.


 저녁 땐 풀잎과 오랜만에 1시간도 넘는 긴 통화를 했네요. 그녀는 지금 그리스 어느 작은 섬에서 숙식을 제공 받는 봉사를 하며 지낸다고 하네요. 오늘 저녁 식사는 톰이 마련했어요.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호일에 싸서 굽고, 감자를 얇게 썰어, 양파, 후추, 버터,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역시 호일에 싸서 구웠는데 캠핑요리인가봐요. 간단하면서도 맛있네요. 한국 돌아가면 한번 해봐야겠어요가족들이 모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사진도 찍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어요단이 삼층을 가르치면서 "꼴리아 고우아웃" 이라고 말하네요. 다 자기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것이 겠지요. 이것저것 즐거운 시간입니다. 동해안엔 지금 눈이 온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