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닿은 곳

경북 경주 옥산서원(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3)

연꽃마을 2023. 4. 25. 21:02

2023.4. 22. 아침

2019년 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우리나라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목에 있는 옥산서원이 그 중에 한 곳인 것도 나에게는 큰 복입니다. 그동안 몇 번을 들렀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아는 눈으로 보면 더 새롭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옥산서원으로 들어가는 이 길은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에게 찬사를 받았답니다. 4월의 녹음은 정말 연두연두초록초록 고운 빛깔이기에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역락문으로 들어갑니다.  코 앞에 무변루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작은 물길이 있어서 조용조용 흘러가는 물줄기가 있습니다. 개천의 물을 이 서원 안으로 끌어 들인 것이지요. 자연을 더 까갑게 하고 화재에 대응하기 위함도 있겠지요.

무변루의 양 쪽에는 아름다운 누각을 붙여 놓았습니다. 갖고 싶은 장소입니다.

마당에서 보면 무변루의 2층은 뜷려 있는 공간인데 들어오는 방향에서는 문이 닫혀 있어 아쉽네요.

 끝이 없는 누각, "무변루" 편액은  한석봉의 글씨랍니다. 무변루에 달아 놓은 북이 문에 보입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서원으로 들여와서는 안 될 것들이 들어왔을 때 울리는 북이라던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있지만 올라가면 안 됩니다. 어쩌다 맘 좋은 안내자를 만나면 올라갈 수도 있어요.

야간 행사 때 불을 피우던 명료대도 있습니다. 그런데 좀 새 것이군요.

"옥산서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이고,  강당인 "구인당"은 한석봉의 글씨입니다.

동재와 서재인 기숙사가 있는데 역시 동쪽은 선배들이, 서쪽은 후배들이 사용했던 공간입니다.

아래 "옥산서원"편액은 내부에 걸려 있는 편액입니다. 아계 이산해선생(이색의 7대손)의 글씨랍니다. 

구슬 옥자의 점을 위에 꼭 찍어 놓았네요.  바깥에 붙어 있는 편액의 글씨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군요.

양진재와 해립재는 원장, 교수, 서원의 업무를 보던 분들이 머물던 방입니다.

같은 듯, 다른 듯한 모양의 암수재(아래, 서재)와 민구재(위,동재)는  공부하던 유생들의 기숙사 입니다. 

한옥에서 나는 늘 이런 나즈막한 굴뚝에 정이 갑니다. 춘궁기에 불을 피우면 가난한 서민들에게 부러움을 살까봐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굴뚝을 낮게 만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남에 대한 배려와 미안함이 있었군요.

신도비는 정2품 이상의 선비들이 행적을 기리기 위하여 세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도비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며 잘 보이는 길가에 세우는 것이 보통인데, 이 비석도 원래는 다른 곳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놓았답니다. 이언적선생의 후손들과 이 분을 모함하여 귀양가게  했던 이기의 후손들이 서로 화해하는 과정에서, 비석에 씌여져 있는 내용을 지우지는 못하고, 눈에 덜 보이는 이곳으로 옮겼답니다.

어느 가을 날 이 나무들이 곱게 물든 모습을 언젠가 한 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휙 불면 또다시 먼 길을 달릴지도 모르지요^^.

 

어느 살짝 이른 가을 날의 풍경입니다. 걸어서 들어가는 길 아주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