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수덕사 괘불전 "빛의 향연"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17번째 괘불전에는 예산 수덕사 괘불님이 납시었습니다.
괘불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큰 법회나 야외에서 불교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두는 대형 불화입니다.
불교 사상과 교리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괘불을 마주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 듯합니다.
1674년에 조성된 예산 수덕사 괘불은 화면 바깥을 꾸미는 장황을 포함한 전체 높이가 10미터에 달합니다. 폭 25~36센티짜리 삼베를 22폭 이어 만든 바탕에는 신비로운 빛이 갖가지 색으로 피어나고, 오랜 수행으로 공덕을 쌓아 부처가 된 보신불인 노사나불이 중앙에 자리 했습니다. 가르침을 전하는 부처뿐만이 아니라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보살과 제자들, 그 가르침을 수호하는 많은 신의 존재는 서양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만큼이나 다채롭습니다. 조성된 지 수백년이 지났으나 빛의 향연으로 가득한 부처의 세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화면을 마주한 이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 설명하는 글의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설명문과 도록에서 퍼왔습니다 ~~
화면의 중앙에는 두 손을 어깨 위로 들어 설법인을 취한 부처님이 계시는데, 두광에는 "원만보신노사나불"이라는 존명이 적혀 있습니다.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화려한 영락으로 신체를 장식한 모습인데, 수없는 과거에 보살도를 수행하여 부처를 이루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화면 아래에 있는 '화기'에는 "영산괘불탱(석가모니불이 가르침을 전하는 모임을 그린 그림)"으로 조성했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법신불 비로자나불과 보신불 노사나불, 화신불 석가모니불, 즉 삼신은 모두 같은 존재임을 말합니다.
괘불과 함께 괘불함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속에 넣어 고이고이 몇백년을 간직해 온 것이지요.
수덕사 대웅전은 1308년(충렬왕34)에 건립되었습니다. 건립연대가 뚜렷하게 밝혀져 있는 가장 오래된 고려 후기의 목조 건축물입니다. 아름다운 사찰 벽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점도 중요하지요. 대웅전 벽을 장식했던 벽화의 모사도입니다. 1933년 사찰보수공사에 참여한 '임천'에 의하여 그려진 것입니다.
예산 수덕사 괘불님(왼쪽)과 공주 신원사 괘불님(오른쪽-바라보는 방향에서) 비교해 봅니다.
수덕사 괘불은 신원사 괘불보다 높이는 줄고 폭은 더 넓습니다. 노사나불 상단의 타방불이 작아지고,
제자들 옆에 금강역사가 추가 되었으며, 사천왕 옆에 보살들도 더 많아졌습니다.
같은 초본을 사용하여 화폭에 맞추어 추가하고 위치를 변경하여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1650년 공주 갑사 괘불을 조성할 때 응렬스님은 보조 화승이었습니다. 그러나 1664년 신원사 괘불 조성 당시 주화승으로 신원사 괘불을 조성하였고, 9년 후 1673년 수덕사 괘불은 응열스님을 주화승으로 옥준, 학전, 석능 스님이 그렸습니다. 학전스님과 석능스님은 9년전에도 응열스님과 함께 신원사 괘불 조성에 참여했던 분들입니다. 두 괘불은 같은 초본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괘불의 크기에 따라 인물들을 추가하기도 하고 크기를 조절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