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살이 두 번째

20. 사찰 신축 행사, 말톡유심 사용하기

연꽃마을 2019. 2. 12. 12:37


2.7. 52일차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외출준비를 합니다. 어제 멕이 라인톡으로 이른 아침, 절에 가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라 좋다고 했거든요. 몇 시라고 정확하게 말 안했기에 그저 준비하고 기다립니다. 520분쯤 소파의 차를 타고 멕이랑 단도 같이 갑니다. 그런데 빠싯이 앞에서 다른 차로 길을 인도하고 있네요. 멕이 말해 주었어요.

방콕에서 의사를 하는 부부가 땅을 아주 넓게 사고 거기에 절을 짓는다

임시 거처하는 듯 보이는 건물이지만 꽤 큰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을 했어요. 거기에는 제단들이 있고 절 짓는 기초 공사를 해 놓은 곳입니다. 사람들이 자꾸 모여듭니다. 스님도 두 분이 오셨네요. 절 뒤쪽의 먼 산들 사이로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얼마나 크고 밝은지......아름답습니다. 법당이 들어설 위치에서는 신발을 벗어야한다네요. 이슬이 잔뜩 내렸고, 시멘트로 둥그렇게 기초만 해 놓은 곳, 흙이 잔뜩 묻어 있는데도 그들은 맨발로 다닙니다. 오늘 아침 좀 추워서 나는 경량패딩도 입었거든요. 그들의 불심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곳은 오래 전에 절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무너진 벽돌 조각들과 허물어진 기둥 같은 곳에 색색의 천을 감아주고 있어요. 예불을 올리기 전에 스님들은 공양을 하십니다. 예불 때 나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니까 내가 가지고 있던 금강경을 읽다가 그들이 앉은 채로 절하면 나도 절하고, 그들이 일어서면 일어서고......예불 끝나고 스님 두 분 가시고 우리들은 공양을 했어요. 작은 고기완자와 표고버섯을 넣어 끓인 흰죽이 맛있네요. 거기에 생강채와 쪽파 썬 것, 간장을 넣어 먹습니다. , 망고, 수박, 파인애플 등 과일도 많고, 바나나 잎에 싸서 만든 밥, 도너츠 같은 것, 콩우유 검은 것과 흰 것, 음료수 두어가지...... 이런 행사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로 말하면 상량식 같은 것 아닐까요? 이 절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와 볼 수 있으려나요.

음식을 준비합니다. 수박은 이렇게, 파인애플은 요렇게 손질합니다.

구글맵로 찍어보니 위치는 여기쯤입니다.

제단을 정성스럽게 차려 놓았어요. 아직 새벽인데......



돈이 많은 사람이 오래 전에 무너져 버린 절터에 다시 절을 짓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도 빈 터만 남아 있는 폐사지에 사심 없이 멋진 사찰을 지었으면 좋겠네요. 장애자도 노인들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 위압감이 없이 재물을 탐하지 않는 그런 사찰 말입니다. 스님들에 대한 노후 대책이 없으니 재물 욕심을 낸다 하지만, 왜그렇게 고급 차와 화려한 법당과 음식이 필요한지요. 이왕에 세상사 버리고 출가했으면 기도 열심히 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그런 수도자가 계셨으면 좋겠네요. 태국 스님들도 비만한 분들이 많더군요. 11, 오후 불식이라는데......

수도승과 성자는 마를수록 아름답고, 네 발 달린 짐승은 살이 찔수록 아름답고, 남자는 학식이 있어야 아름답고 여성은 엄마가 되어야 아름답다

는 이야기는 내 남동생이 고등학생 시절에 어디에선가 읽고 전해 주었었지요. 맞는 말 아닌가요?

예불이 끝나고 나는 조용히 둥그런 시멘트 포장 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게 되고, 요즘 49재중에 있는 친구의 아버지도 기원하고, 보기싫지 않을 때쯤 조용히 가게해 달라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아름답게 살게 해 달라고, 또 그렇게 그렇게 빌고 있네요. 내 업장이 다 소멸되면 모든 것이 아름다울텐데, 뭘 달라고 빌 것이 아니라, 잘 닦겠노라고 마음다짐을 하는 것이 맞는 줄 알면서도 나는 인간이고 미물인지라......

멕과 단은 방콕으로 떠났습니다. 가는 걸 못 봐서 헤어지는 인사도 못했네요. 내가 돌아간 다음에야 올 것인데...... 서운합니다.

몸살이 올 듯한 느낌입니다. 자꾸 눕고 싶고 눈이 감기네요. 꿀물을 진하게 타서 쭉 들이키니 땀이 살짝납니다. 오늘은 그저 푹 쉬어야하겠지요.

 

2. 8. 53일차

아침 일찍 영국에 있는 dawud한테서 카톡이 왔습니다. 설날 인사였어요. 그는 영국에서 6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 사람인데도 동양 사람처럼 예의가 바릅니다. 한국이 늘 생각나는 가봐요. 좋은 청년이었거든요. 햇살이 아까워서 오늘도 이불이랑 수건들을 뽀송뽀송하게 내다 말렸어요. 입지 않을 옷들은 세탁을 해서 넣었어요. 조금씩 돌아갈 준비를 하는 거지요. 괜히 옷을 너무 많이 가지고 온 것 같습니다. 바지 2개 정도만 있어도 괜찮았을텐데.... 여행에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지 못하네요. 이젠 음식물도 많이 사지 않고, 있는 것들을 계획적으로 알뜰히 소비해야합니다. 쥔댁 소파가 미니파인애플을 까고 있기에 내려가서 배웠습니다. 움푹움푹 파인 것을 어떻게 파내는지 궁금했는데 V자 모양의 칼이 있네요. 손가락에 살짝 상처가 났지만 말도 못하고 끝까지 했네요.

나 한국 안 가고 파인애플 공장 가서 돈 벌어야겠다

고 했더니 모두 웃습니다. 방콕에 가있는 멕과도 통화를 했어요. 두 자매가 즐겁게 누워서 맛사지를 받고 있네요. 참 유쾌한 가족들입니다. 우리 자매들처럼 서로 사이도 좋고요.

오후내내 집에 있었어요. 선등님이 월요일 메사이랑 미얀마에 쇼핑을 가자고 해서 그리하겠다고 했어요. 이곳에서 멀지않은 미얀마 국경을 걸어서 넘어갔다 와보고 싶은 거랍니다. 조용히 대문밖을 안 나가는 하루도 좋군요. 치앙라이 아침에는 13, 한낮은 31도지만 햇살이 직접 비추지 않는 곳은 긴팔 옷 입어도 괜찮습니다. 서울은 8......

 

2.9. 54일차

오늘 토요일입니다. 다음 토요일에 돌아갑니다. 어제 뭔가 사는 것을 줄여야겠다 생각해 놓고도 아침시장에 가서 돼지고기 살코기 500그램 60, 토마토 1킬로와 양배추 한 통 40. 찰밥과 찐옥수수 440, 이렇게 사왔네요. 반찬이 없으면 너무 슬프니까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었고요. 짭쪼롬한 것이 먹고 싶어서 배추랑 호박을 넣고 된장 풀고 죽을 끓었는데 썩 맛있지 않네요. 그래도 건강식이야하면서 잘 먹고, 빨래해서 널어놓고 $$집에 가서 종일 이야기하며 놀았어요. 그녀는 좀 체했는지 얼굴이 파리해 보이더니 손가락을 따 주었더니 금새 좋아졌어요. 여기저기 건강이 허술한 사람이지만, 참 현명하고 여리게 보여도 강한 면이 있어요. 닭다리 국과 따스한 밥을 먹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망고스틴도 까먹고 ......말그대로 먹고 놀았어요. 우리MJ가 톡을 보내 왔길래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아요. 이상한 번호라서 안 받는가 싶어 아들한테로 전화해서 통화했어요. 말도 이쁘게 하는 사람들이지요. 내 마음도 요상해서 흔들림이 생길까봐 그저 내려놓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습니다.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게 낳은 것도 잘한 것이 아니잖아요. 어두워지기 전에 개**들이 짖어 댈까봐 집으로 왔어요. 간단히 저녁을 차려서 뒷발코니에 앉아서 먹으면 빨갛게 서쪽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어요. 나는 그런 저녁 시간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합니다. 빨간 저녁놀을 좋아하니까 어느 날 놀이 아름답다고 하늘을 쳐다보라고 전화를 했더라구요. 지금도 이렇게 예쁜 놀이 보일 때면 생각이 날까요? 문득문득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한꺼번에 싹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가 슬픈 이야기를 하니까 괜히 마음이 울적하네요. 나 잘 살고 있는 거 맞지요? 남들은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데 따뜻한 곳에 와서 먹을 것도 많고 구경도 많이 다니고...... 그렇다고 돈 걱정, 옷걱정, 먹을 것 걱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깨 반듯하게 펴고 사는 날까지 당당하게 살 거에요.

 

2.10. 55일차

일요일입니다. 매일 놀고 있어도 일요일은 더 한가합니다. 쥔댁도 아주 조용하고요. 몸살기운이 계속 남아 있어서 몸을 덜 움직이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피식 웃었어요. 뭘 했다고 쉬는 건지. 그렇게 시간 쫓겨가며 일하던 때엔 쉬겠다는 생각조차 할 틈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말톡유심 3기가 8일짜리를 두 개 사왔지만 45일간은 태국에서 구입한 유심을 먼저 사용했어요. 남은 가간동안 가지고 온 말톡유심으로 사용하는 중인데 하나가 끝나고 오늘 나머지 한 개를 다시 넣었더니 “8기가 바이트 8일 짜리 활성화라는 문자가 왔어요. 나는 분명히 "3기가 8일짜리"인데 말이에요. 이상하다 싶어 태사랑 클래식s님께 질문했더니 25일부터 14일까지 행사 기간이라서 무조건 5기가바이트를 더 준다는 거에요. 앗싸, 웬 횡재인가 싶어 와이파이 끄고 라디오도 듣고 가는 날 까지 실컷 쓰게 생겼습니다.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충전금액 100밧의 보너스도 있네요. 그래서 지난 1일에 새로 넣었던 유심은 그냥 3기가 8일간이라고 나왔었나 보네요. 정말로 말톡유심 살만합니다.

일본에서도 잘 쓰고 다녔는데 아직 50분 가량 집으로 전화해도 될 금액도 남아 있고요. 데이터가 넉넉하니 부자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늘 아끼고 써서 구입한 것을 다 쓰지도 못하고 끝나곤 했지만, 이 집이 요즘 와이파이 사정이 안 좋기 때문에 라디오 들을 때도 약간 신경쓰였는데 안 그래도 되니까 좋군요. 말톡유심은 말톡앱으로 60분씩 무료통화도 주거든요. 070번호로~~~~그래서 한국으로도 가끔 통화할 수 있어요.

태국유심 탑업 방법을 내가 쓸만큼은 알게 되었는데 올 겨울엔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지금으로는 다른 곳에 가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루앙프라방이나 바간도 좋고요. 그밖에 다른 곳도 생각해 볼거에요.

$$도 몸이 아파 마사지를 두 시간 받고 온천욕을 하고 내 방으로 왔어요. 딩굴거리며 이야기하며 놀았어요.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어서 Big C에 갈까 했는데 차가 없네요. 일찍 자야겠어요. 혓바늘도 돋고 목구멍도 조금 불편합니다. 내일 이웃들과 메사이에 가서 미얀마 국경을 넘어보기로 했거든요.